내멋대로 해석하는 지옥2 결말 (100% 스포일러 주의!)

연상호 감독의 지옥2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하루만에 몰아본 지옥2 는 드라마라기보단 6시간짜리 영화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는데... 🤔  나중에 보니 연상호 감독도 인터뷰에서 지옥2 를 '영화'로 칭하는 것 같기는 했다. 아무튼! 지옥1에 비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나름 선방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등장인물

 

출처: 넷플릭스 유튜브

 

개인적인 결말의 의미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지옥2의 등장인물(배역)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고 싶다. 

먼저 등장인물 중 김성철 배우. 김성철 배우는 예전에 '아스달 연대기' 라는 (...) 드라마의 잎생 역으로 처음 보았던 배우인데, 개인적으로 배역과 배우의 느낌이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개구장이 같은 마스크와 잎생의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가 꼭 맞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배우가 지옥2 의 정진수 의장 역을 맡게 된다는 소식이 의외라 느껴졌던 것 같다.

지옥1에서 지옥2 로 넘어가면서 가장 주연급 배역의 배우가 교체된다는 것은 배우 그 자신도 굉장한 부담이 되었을텐데도, 김성철 배우는 자신만의 느낌과 해석으로 정진수 의장의 배역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지옥 시즌2와 시즌1의 분위기나 전개방식이 많이 다르다고 느껴져서인지, 유아인 배우가 빠졌다는 부분에서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김성철 배우가 자신의 몫을 소화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한국경제

다음으로 연기력으로는 이미 오랜 시간 검증된 문근영 배우. 사실 햇살반 선생님의 첫 등장에서는 이 배우가 문근영이라고는 아예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안면인식을 정말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도, 아예 예상을 못했다. 다시 봐도 모르겠다.  나한테 아직도 근영언니는 가을동화의 어린 소녀같은데...🥹 

 

그 외에도 극의 전개가 빠르고, 김신록 배우나 김현주 배우, 문소리 배우 등 서사를 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몰입감을 높였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배우들 연기가 모두 좋았고, 가장 인상깊은 대사를 외쳤던, 극 중 햇살반 선생님(문근영)의 남편 천세형 역을 맡은 임성재 배우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지옥2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도 여러 작품을 통해 보고 싶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줄거리

 

8년간 지옥을 경험하고 현실로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울을 통해 사자들을 보던 정진수(김성철)는, 자신과 똑같이 부활을 경험한 박정자(김신록)를 찾아가 묻는다.

 

출처: 티브이데일리

 

 

"당신도, 당신도 그 괴물들이 보여요? 거울을 보면 그 괴물들이 다가오고 있잖아, 맞죠?" 

 

"당신의 지옥과 나의 지옥이 다른가봐요"

 

 

그러나 박정자(김신록)는 사자들을 본 적도 다른 사람이 된 적도 없었다고 대답해 정진수(김성철)를 큰 충격에 빠뜨린다. 이내 정진수는 거울에서 더이상 사자가 보이지 않게 되자 안도하는듯 하지만 곧 몸안으로 사자의 촉수들이 퍼지면서 마침내는 사자로 변하게 된다. 또한, 유일하게 시연에서 살아남았던 것으로 알려진 아기 재현은 사실은 시연에서 살아남았던 것이 아닌 시연을 통해 죽었으나 즉시 부활을 했던 부활자였음을 암시하면서 지옥 시즌2가 막을 내린다.  

 

---

내멋대로 해석

 

 

처음에 이 결말에 여러가지 혼란이 왔던 것 같다. 

왜 정진수와 박정자의 지옥은 달랐을까,

왜 정진수는 사자가 되었을까,

왜 아기는 부활자였던걸까, 

왜,

왜,

왜... 

여러 해석이 있고 정답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내멋대로 해석... 추측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추측해보자면 

 

왜 정진수와 박정자의 지옥은 달랐을까.

비단 정진수와 박정자의 지옥이 달랐던 것 뿐 아니라, 모두는 각자의 서로 다른 지옥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살아있는 누구에게나 각자의 어려움이 있을텐데 그 어려움의 발현된 곳이 지옥이라면 각자의 지옥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무코

 

알았다
신의 의도가 뭔지 알았다
아무 의미도 없는 거에 의미를 부여해서 서로 죽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거야
거기가 어디인지 알아? 지옥이야
신은 지금 지옥을 이 세상으로 옮기려고 한다! 

천세형(임성재)이 죽기 직전 외쳤던 대사이다.

아마 지옥 시리즈 전체의 맥을 관통하는 대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지금 정진수와 박정자가 속해 있는 이 현실이, 돌아왔다고 믿는 이 공간이, 사실은 여전히 지옥을 경험 중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천세형의 말처럼 아무 의미 없이 서로를 죽이는 화살촉들로 가득 찬 이 현실이 지옥인건 아닐까. 

 

 

왜 정진수는 사자가 되었을까. 

사실은 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옥에서도 언제나 은율이, 하율이의 엄마였던 박정자가 결국은 돌고 돌아 은율이와 재회하며 다시 엄마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실은 가장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 존재를 증오하면서도 갈망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왜 아기는 부활자였던걸까.

태어나자마자 아무런 죄가 없는 아기가 왜 시연을 당하고 죽어야 했을까. 지옥의 사자도 부모의 사랑에 감동해 아이를 살려줬던게 아니었던건가. 그렇다면 결국엔 이 초자연적인 현상의 무작위성, 랜덤성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냉정하고 씁쓸할지 모르나 죄가 없다고 해서 이 랜덤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던 것은 아닐까. 곳곳의 전쟁과 기아 소식만 듣더라도 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하고 해석할 수 없는 일들로 투성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에 대적해 여러 가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게 되지만 결국엔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게되는, 그 현실과 싸우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아기 재현이는 현재까지 등장한 정진수와 박정자를 포함한 모든 부활자 중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부활을 했는데, 이 부분이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일지 아니면 단순히 극적 요소를 위한 감독의 장치였을지는 아직은 추측이 어려운 것 같다. 

 

 

 

결말부에서 단체로 고지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박정자의 "곧 세상이 멸망할 것" 이라는 대사를 고려해본다면 지옥 시즌3의 행보도 기대해볼만 할 것 같다. 

 

혹시 더 좋은 아이디어나 해석, 인사이트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신다면 생각의 창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답은 없지만 무한히 열려 있는 해석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를 즐기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끝-